포스터가 예뻐서 아마 예약 판매를 했던 걸로 아는데,
진짜 색감 너무 예쁘다.
그래서 포스터를 보고서는 '엥, 왜 저렇게 청량한데 제목은 타오르냐'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그 제목을 상기시켜 준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모델로 있는 화가.
그리고 자신이 그린 한 작품을 보자마자 슬퍼지는 표정.
아니, 그 눈길.
그리고 그 작품의 제목,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씬은 침대에서 둘이 마주 보며 대화를 하던 장면이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속마음을 말하는 것 없이
오롯이 그 눈빛과 대화만으로 그들의 감정선을 유추해야 했다.
그에 따라 놓치는 것도 분명 있었을 것.
그것들을 조금이나마 명확하게 해 주었던 장면이랄까.
그리고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앞에 붙는 '기억해'
그리고 '오르페우스' 클리셰는 본영화에 더 감정이입하게 만들었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가려면 절대 돌아보지 말고 가야 하는데,
사랑하는 여인이 잘 따라오고 있나 뒤 돌아봐 결국 실패했다는 사연.
어릴 때는 진짜 바보같고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사연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그 이유를 납득시켜줬다.
"연인이 아닌 시인의 선택을 한거지"
아내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다.
남편이 사랑해서 뒤돌아봤음을 알았기 때문.
그리고 안 좋은 선택지에서 고르는 것은 그 시스템 탓이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졌었다.
극중 '아가씨'로 많이 불리는 '엘로이즈'는 자유가 없던 부잣집 숙녀였다.
그래서 못 해본 것도 많았다. 산책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자 처음으로 했던 게 달리기였을 정도로.
그래서, 만나본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저 잘 통해서 사랑이라고 착각한 건 아닐까 했다.
근데, 사랑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나 보다.
그들은 사랑을 확인하기 전부터 서로에게 어떠한 강한 끌림을 느꼈고,
그것을 확인했을 때에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해야 했을 때 누구보다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도 그들은 서로를 잊지 않았다.
동성과의 관계에 자유롭지 않았던 그 때 시대에 맞춰, 사회에 맞춰 그렇게 살아간 거였다.
사랑이란 감정은 그렇듯 '끌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다.
사랑 앞에서 소위 '콩깍지'가 씌이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들이 행복하면, 그거면 된 거다.
어떤 사람은 "이것만 빼면 진짜 좋은 애야" 하는 사람이 있고
"난 이것 때문에 헤어질 생각 했어"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결국엔 사랑의 크기이려나?
한편 지금의 내게 있어 사랑이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사랑이라고 느껴진다.
사실 이 영화는 사회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시사할 바가 많은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지식적인 사람이 아니니(?) 깊게는 못 들어가겠지만,
어떤 리뷰를 보면 허를 치는 리뷰들이 참 많다.
18세기 프랑스는 정말 예술의 전성기라고 불리어도 시원찮을 시대였던 것 같다.
'살롱'이란 주제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살롱은 많은 변천사가 있었던 걸로 안다. 그래도 자유를 찾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했고,
이 영화에서 마리안느가 자신의 작품을 아버지의 이름으로 출품한 것도 그 이유.
예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가장 큰, 여성의 자유.
결혼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다는 것이 참 슬퍼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얼마나 감사한지에 대해서도.
최근 넷플릭스에서 <빨간머리 앤>을 시청하고 있다.
거기에서 앤이 외치는 여성이 지금의 우리가 외치는 여성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내에서 앤의 대사 중 이런 게 있었다.
"양쪽(부부 관계)을 부르는 새로운 호칭을 만들어야 해요.
같은 단어로 부르도록요. 인생의 반려자(life mate)"
이토록 자유가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대가 있었다니.
현 시대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결정할 수 있다.
아직은 매 순간 선택이 혼란스럽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난다면
선택의 자유를 한껏 기뻐하게 될 수 있을까?
내일도 또 후회를 하지 않기를, 오늘도 잘 살아 보기를. 나도 당신도 응원하겠다.
오늘의 질문
'사랑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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